<한국 골프코스 비평의 세 가지 관점> - 골프코스설계가협회 모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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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코스 비평의 세 가지 관점>
- 골프코스설계가협회 모임에서
얼마 전 한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KSGCA) 정기 세미나에서 여러 코스 설계가님들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메모 형태로 적어서 격의없이 얘기했는데요. 끝난 뒤에 글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하셔서····· 그날 말한 대로 적었습니다.
글이 아니라 ‘말’이니 성글더라도, 읽지 말고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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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책을 쓴 류석무입니다.
저는 지금 골프장이야기 책 넷째 권을 쓰고 있으며, 요즘엔 골프산업신문에 ‘한국명작골프장 해석’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골프장이야기’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찾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이 책 제1권을 낼 때만 해도 골프코스에 대한 정보는 - 우리나라 최고 명문 골프장의 경우에도 -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보다 지금은 정보가 꽤 풍성해졌지요. 불과 몇 년 지났을 뿐입니다만, 코스에 대한 한국 골퍼들의 이해가 사뭇 깊어졌음을 느낍니다.
요즘 제가 쓰는 ‘명작골프장 해석’은 ‘이야기’보다 한 발 더 들어가 코스를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그것을 ‘코스 비평’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비판’이 아니라 ‘비평’이지요)
비평이 무언지에 대해서 다양한 스펙트럼과 의견들이 있으나, 저는 ‘해석’과 ‘판단’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씁니다. 해석도 못 한 단계에서 섣부르게 판단부터 내릴 수는 없지요. 제 비평 글은 골프장, 골프코스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를 통해 일리 있는 판단을 끌어내는 데 목표를 둡니다.
해석과 판단이 잘 되면, 미래의 지평을 열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이 부족하고 미력하나마 제가 글 쓰는 목적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한국 골프장에 대하여 글을 쓰는, 몇 가지 관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야기’에서건 ‘해석’에서건 저는,
몇 가지 관점으로 ‘한국 골프장’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관점에서도 봅니다만, 오늘은 세 가지 관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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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관점은,
문화를 받아들여 고유한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아는 이 중에 큰 부잣집 상속인이 있습니다.
세칭 재벌 3세급인데 골프도 좋아하고 와인도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골프를 배워서 프로처럼 공을 치고 좋은 골프장 좋은 와인들을 두루 섭렵했더군요.
이 양반은 함께 라운드하고 식사할 때마다, 좋은 와인을 냅니다.
한 번은 제가 한때 선망하던 최상급 와인을 내주어 고맙게 마신 적 있습니다. 와인에 홀린 사람들이 이름만으로도 넋이 빠지는 와이너리 것이었지요. 저도 감읍하며 황홀하게 마셨는데요 ······
그런데 이 양반이 소믈리에에게 따로 조용히 뭐라고 합디다. 소믈리에는 얼굴이 뻣뻣해졌구요. 아마도 와인 맛에 대해 뭐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부자 양반은 어려서부터 이걸 자주 마셔왔던가 봐요. 반면에 소믈리에가 아무리 깊은 공부를 하고 미각을 훈련해 왔다 해도, 그렇게 비싼 와인의 섬세한 빈티지들을 몇 번 음미해 봤겠습니까.
이런 말도 있지요. “부자는 당대에 나오고, 멋쟁이는 2대째에 나오며, 음식 맛은 3대가 넘어야 나온다”고요.
그런 한편, 아무리 자주 마셨다 해도, 이 ‘재벌 3세급’의 미각 경험이 그 와이너리를 몇 대째 이어온 주인장에 버금가기는 어렵겠지요.
아무리 공부해도 흉내로 따라가기 버거운 게 있겠습니다.
생뚱맞게 재벌집 아들 얘기를 한 것은 골프코스 문화에 견주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골프 발상지에서부터 미국과 호주, 일본 등지의 코스들을 찾아 경험하고 파악하며 도입하면서 골프장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만······
링크스건 파크랜드 코스건 시사이드코스건, 우리 유전적 기억에는 이런 게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동네 가까운데 이런 골프장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게다가 한국의 골프장들은, 짓는 땅이 다르고, 골퍼들이 즐기는 방법도 다릅니다.
코스를 지으려는 자본의 성품도, 클라이언트 사업주의 안목이나 자세도 다릅니다.
골프코스 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온갖 열악함 속에서도, 온갖 능력을 총동원해서, 두뇌와 노력, 영혼까지 갈아 넣으면서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여기 계신 설계가님들이 숱한 밤을 지새워 만들어낸 골프코스들 뿐 아니라 문화, 예능,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 ‘K-팝’, ‘K-시네마’ 등을 꾸려내 왔던 것이죠.
세계 문화사를 보면, 어떤 지역 또는 사회가 외부에서 문화를 받아들일 때,
-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배우고 흉내 내다가
- 차츰 자신들에게 맞는 형태와 속성으로 변주해 내다가
- 스스로 고유하게 창조해내는 문화적 숙성 단계
이런 단계를 대부분 거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질이 전도되거나, 변방의 지역문화로 전락하기도 합니다만, 아주 드물게는, 애초 전래된 문화의 수준을 뛰어넘어 찬란한 경지를 이루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런 과정을 심오한 성찰을 통해 거쳐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매우 농축된 경험을 통해, 나름의 창조적 방법을 모색해온 것이 사실이겠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와 다소 다른 듯합니다. 그들은 문화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데 능하지요.
메이지유신 때 하급 무사들이 황제를 옹위해서 기득권 막부의 쇼군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지 않습니까. 그들은 유럽과 미국에 사절단으로 가서 수년 동안 견학한 뒤에, 나라의 공용어를 바꾸려는 검토까지 했다고 합니다. 서양의 기술문명을 따라잡으려면 일본어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요. 그런 심각한 고민 끝에 “세상 모든 책의 번역”을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Democracy가 ‘민주주의’로, Philosophy가 ‘철학’으로, Geometry가 ‘기하학’으로 이름 붙여져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 지식 동력으로 일본은 ‘영화로운 제국’ 시대를 열었고요.
서양에서는 책으로 내지 않았던 것들, 공기처럼 생활화되어 지식으로 정립할 필요가 없던 것들도, 일본인들은 문화적 체계를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제가 전에 패션계, 특히 남자 패션 관련 일을 꽤 했었는데, 그때 일본 책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멘스클럽, 단센 같은 잡지들이 서양 패션을 재정립하는 단행본을 내면서 에스콰이어, 지큐 같은 서양 간행물들에 오히려 영향을 주기도 했지요.
‘신의 물방울’ 같은 와인 만화에서도 그런 경향의 일단을 보지 않습니까. 그 만화 이전에 수많은 와인 관련 문화 서적들이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수한 전문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도제식 교육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와 사뭇 다르죠. 문화를 체계화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제 상품 또는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할까요.
부딪치며 모방하고 비틀어보고 단련하고 깨우치면서, K- 컬처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결실일까요. 또는 더 큰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일까요.
적어도 우리가 나름의 크고 작은 성취 속에서, 어느 정도의 안목을 갖게 되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좀 더 사려 깊은 문화 콘텐츠 체계화가 밑받침된다면 지금까지 해온 과정보다 꽤 낫지 않을까요.
문학, 영화, 건축 등 다른 장르에서는 비평이 일반화되어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차츰 문화 콘텐츠 체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골프코스에도 지금 제 글보다 치열한 비평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우선, 그런 관점에서 골프코스 글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미력한 해석과 판단을 통해 미래의 지평을 여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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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관점은,
지역의 특성과 한계 속에서 대안을 찾는 노력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국토의 큰 부분을 산이 차지하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골프장을 산에 많이 들이지요. 골프코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던 스코틀랜드 링크스나 골프가 융성한 아메리카 대륙처럼 사람이 안 쓰는 유휴지가 우리에겐 없으니, 골프장을 들일 데라고는 산지와 매립지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게다가 겨울이 춥고 길고 장마에 큰비가 내리는 몬순 기후에, 잔디 생육이 어려운 위도에 있어서 골프코스 조성 유지 비용이 높죠. 골프가 대중화되기에 부적합하고 손이 많이 가는 지역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주어진 땅에 맞는 골프 문화와 코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형편이겠습니다.
우리보다 덜합니다만 잔디가 귀했던 일본인들은, 골프를 처음 받아들일 때 정원의 개념으로 해석해서 자기들의 정원 세계관을 코스에 들이려 했던 듯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 글에 몇 번 썼는데 오늘은 생략합니다.
우리는 일본을 경유해서 골프를 받아들였고 20세기 후반까지는 일본 골프장들을 닮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21세기에는 서구 골프장들을 닮으려 해왔죠. 특히 ‘세계 100대 코스’로 대표되는 골프장들을 동경하고 그에 근접하는 코스를 만드는 것이, 한국 골프코스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여기는 듯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전설적 링크스를 비롯한 클래식 코스들과 세계 최고 설계가들의 작품을 얼마나 어떻게 한국 코스에 받아들이느냐······ 베끼느냐 모디파이하느냐 적용하느냐, 세계 코스의 트렌드를 따라가느냐를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골프와 코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지금까지 얼마나 진지하게 제기해봤는가. 제기된 적은 과연 있었나 돌아볼 만합니다.
이제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링크스에서 시작된 골프가 한국 땅을 만나서, 그 본질을 온전히 담은, 고유한 꽃을 피울 수 있는 모델은 어떤 것인가?”
한반도 땅은 우리 역사와 한국인 성향만큼 특이하다고 합니다. 지질 분포가 중국 땅 전체만큼 다양하다고 하죠.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약 이억 년 전 중생대에는 지구에 두 개의 대륙이 있었답니다. 남반구에 ‘곤드와나라랜드’, 북반구에 ‘로라시아’라는 초대륙이 있었는데 지금의 한반도 남쪽은 남반구 땅이 와서 붙은 거라고 하죠. 그리고 중생대에 몇 차례 조산운동으로 땅속에 화강암과 변성암층이 생기고, 신생대 약 2천만 년 전쯤에 일본이 떨어져 나가고 동해가 확장하면서 백두대간이 솟아올라 동고서저 지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무엇보다도 몬순 기후의 집중호우가 장구한 세월 동안 내리면서 침식 풍화가 일어납니다. 계곡과 하천이 생기고 점점 더 실핏줄 같은 하전, 잔근육처럼 섬세한 지형이 형성된 것이죠.
그러다가 일 이만 년 전쯤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변동합니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 북해안은 칠천 년 전쯤까지 빙하지대였는데 거기는 얼음이 녹아내려 해안 지역이 드러나고, 반대로 한반도 쪽은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남서쪽 낮은 골짜기들이 바다에 잠겨서,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이 만들어집니다.
동쪽과 서쪽이 다르고 한 굽이 산을 지날 때마다 하천을 건너야 하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강산’이 생겨난 거죠.
바위산, 급경사 골짜기, 잔디가 자라기에는 최악의 조건······
골프장 만들기 참 어려운 땅입니다만······
한 편으로는,
세계에서 조석간만이 가장 심한 역동적 해안, 세계 5대 갯벌,
케이프 앤 베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희귀 리아스식 해안을 갖고 있습니다.
동해안의 해안단구와 화강암 풍화 지질은 샌드벨트와는 다르지만, 아주 특별한 땅이기도 하죠.
이렇게 복잡한 특징들이 골프코스를 조성하는 이들에게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지금까지로 보면 참 불리한 환경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세계의 문명은 온화한 지대에서 더러 시작되었을지라도,
언제나 역경이 많은 곳, 이를테면 범람지대 등에서 꽃을 피워 왔습니다.
예술의 다른 장르를 볼까요. 영화나 문학의 예를 들자면
“한국 문학은 역사의 질곡이라는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어려움 속에서의 깨달음과 자부심이 있지요.
우리는 기구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내재화하고, 스스로의 고유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혁명적 예술가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몸짓들을 서로 교감하며 미래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골프코스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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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 번째 관점은,
Ai 시대가 부르는 변화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스크린골프 덕에 골퍼들이 늘어났지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만의 현상입니다.
스크린골프는 미국에서 시뮬레이터로 개발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게임의 재미를 부각하면서 사업적으로 확산했습니다. 골프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죠.
그런 한편,
스크린골프의 본질이 과연 골프일까.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스크린골프의 맛이 자연 코스 골프와 다르다는 인식, 또는 실제 골프와 얼마나 비슷해질 거냐 하는 의문 따위가 아닙니다.
스크린골프의 본질 또는 방향은 ‘스포츠로서의 골프가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또한 네트워크이고, 정보 집적 산업입니다. 스크린골프는 결코 골프가 본질이 아닙니다.
얼마 전 가보니 골프존에 탑재된 코스들이 상당히 줄었더군요. 저작권 때문이겠죠.
가상의 코스가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소비자들은 지금 이것을 실제 골프의 대체재로 보지만, 앞으로는 전혀 다른 고유 영역의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앞으로는 자연 코스 골프보다 스크린 가상 골프를 더 재미있어하고 편안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시대가 올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드라이빙 레인지와 실제 코스에서 골프를 배웠지만, 스크린에서 골프를 시작한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크린에서 배운 사람들이 주류 골퍼가 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자명합니다. 지금도 스크린을 더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데, 자연 코스의 발전은 더디거나 정체된 반면, 스크린골프는 빠르게 진화합니다.
스크린 골프는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 더 나아가 아바타로 게임하고 아이템을 추가하는 식의 게임 요소들을 증폭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Ai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화하겠습니까.
가상 인간이 되어, 가상의 상대와 게임하는 – 괴물일지 진화일지 모르는 – 전혀 다른 세상의 다른 종목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코스 설계에도 Ai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미 데이터들은 스크린골프업체에도, 구글에도, 카카오에도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이런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웬만한 코스 설계는 뚝딱해낼 수 있는 세상이 금방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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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골프는 무엇인가”
“한국 골프코스는 골프의 미래에 어떤 길을 제시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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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는 스포츠와 예술만이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뇌과학과 인공지능 데이터 기술이 융합 발전하면서, 어쩌면 예술조차 진정 인간만의 영역인가 단정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 인간이 서로의 육체를 느끼며 연대와 감응 속에서 정신을 교류하는 스포츠가, 가장 늦게까지 인간의 고유함과 존엄을 지키는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가운데 자연에 가장 가까운 종목, 자연과 일체가 되어 영감을 주고 받는······
‘골프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 그런 관점에서 골프코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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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겠습니다.
제 글을 ‘인문적’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저는 인문적 방법을 나름대로 총동원하여 골프코스 글을 씁니다.
이 시대의 골프를 정의하고 미래의 지평을 열려면,
인간의 탐구. 인문에서 근원적인 해답 찾기를 시작해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문을 인간의 무늬라고 풉니다만, 서양에선 휴마니타스, 리베럴 아츠(Liberal Arts)라고 하죠.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서의 교양을 뜻했다고 합니다.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기술, 예술, 학문, 탐구 같은 것이랄까요.
스스로 본질을 깨닫고 자유로워지는 것 말입니다.
중세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돌 속에서 신이 감추어놓은 형상을 드러내어 자유롭게 하는 것이 자기 예술이라고 했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런 생각으로 - 평론이라 해도 좋고 잡문이라 해도 좋은 -
골프코스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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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 가지,
한국 골프코스들을 다니며 제가 느끼는 영감을 집약하자면,
한반도 땅은 백두대간이라는 흐름 속에 전체가 하나의 맥, 한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코스 어느 홀에서 문득, 지금 내가 백두대간 전체와 교감하고 있구나······
또는 그 흐름의 어느 작은 부분일지라도, 깊고 살가운 속살을 어루만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과 마주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을 만날수록, 글이 잘 써집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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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날 모임에서 라운드 한 더플레이어스GC 마운틴 9번 홀입니다)